동갑내기 3인의 '취업 실패담'


http://news.hankooki.com/lpage/economy/200303/h2003033017562021580.htm

 


"자격증·연봉 집착하다 한창 일할 청춘 날릴뻔"

“첫 단추를 잘 끼워라.”
구직자가 선배들로부터 자주 듣는 충고중의 하나다. 조급한 마음에 적성에 대한 고려 없이 아무 직장에나 취업을 한다면, 길게 볼 때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없이, 자격증 취득에만 매달리는 식의 소극적 자세로 취업적령기를 놓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이같이 잘못된 구직전략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렀던 구직 선배들로부터 진솔한 ‘실패담’을 들어본다.

'자격증 따면 쉽게 취직되겠지'

“1년 전 일주일 후부터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 당장 출근하고 싶다고 말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난해 듀폰 경리부에 계약직으로 입사했다가 올 1월부터 정규직으로 정식 채용된 홍숙연(28ㆍ여)씨는 직장에 대한 소중함이 남다르다. 홍씨는 흔히 ‘저주받은 학번’이라 불리우는 93학번으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취업전선에 나서 1년 만에 중소 금융회사에 입사했다. 금융업체 연쇄도산 와중에 불안한 직장생활을 하던 홍씨는 몇 번의 전직 끝에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증에 도전한다.

공부 1년 만에 원하는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홍씨를 원하는 회사가 한 곳도 없었다. “20번이 넘게 퇴짜를 맞고 난 후, 한 선배가 회계업무는 자격증 뿐 아니라 경력이 중시된다는 충고를 해주었습니다.” 결국 홍씨는 듀폰 1년 계약직에 지원해 합격했다. “어떻게 얻은 직장인데 하는 생각이 들면 정신이 번쩍 납니다. 야근도 즐거울 정도로 너무나 소중한 회사입니다.”

잠시 자존심을 접고 계약직에 지원했던 홍씨의 결단 덕분에 자칫 사장될 뻔했던 공인회계사 자격증은 홍씨의 경력이 쌓여갈수록 그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연봉이 더 많다면 적성은 무시'

현재 동시통역사로 일하고 있는 엄은애(28ㆍ여)씨는 6년간 호주에서 유학을 하고 현지 다이아몬드회사에 3년간 근무했다. 지난해 귀국하기로 결심한 후 엄씨는 인터넷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보고 200통이 넘는 이메일 이력서를 보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연봉을 주는 회사는 찾기 어려웠다. 그때 마침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 영어교재 회사에 원하는 연봉을 받고 취직을 할 수 있었다.

“연봉도 만족했고, 연구직이라는 직종도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상관 한마디에 심혈을 기울인 교재 기획안이 휴지조각이 되는 한국적 의사결정구조를 참기 힘들었습니다.” 엄씨는 한국 기업문화에 무지한 상태에서 연봉만을 기준으로 회사를 선택했던 것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엄씨는 결국 조직생활의 압박이 비교적 적은 동시통역사로 직종을 바꾼다. “연봉이 전직장보다 600만원정도 적지만 이 일에 만족합니다.” 엄씨는 “연봉에 끌려 다니며 평생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일을 하지 않으려면, 직장을 고를 때 적성을 충분히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대우가 맘에 안차면 차라리 쉬지'

지난해 9월 김동현(28)씨는 6년의 직장경력을 포기하고 오티스LG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상고를 졸업한 후 6년간 수협에서 대출업무를 했지만, 그 경력을 인정해주는 기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협에 다니면서 야간 전문대를 졸업했던 김동현씨는 2000년 과감히 회사를 그만두고 경희대 경영학과에 편입했다.

대학 재학 때 김씨는 미국 어학연수까지 다녀오면서 토익 점수를 800점대로 끌어올리는 등 만반의 취업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2001년 말 졸업을 앞두고 원하는 대기업에 지원할 때마다 낙방의 쓴 잔을 마셔야 했다. 이유는 그가 6년간 쌓은 직장 경력이 아까워 경력직에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의 경력직 도전은 지난해 9월까지 거의 1년간 계속된다.

“자꾸 떨어지니 의기소침해졌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금융계에 지원해 최종합격도 했지만, 내 길은 이미 금융계는 아니라고 생각해 차라리 6년 경력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재 경영심사실에서 근무하는 김씨는 금융업무 경험 덕분에 일 처리에 있어 노련함이 묻어나지만, 그의 마음가짐은 신입사원의 풋풋함 그대로이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Today > DY'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미터의 법칙  (0) 2013.08.30
윤태규 마이웨이  (0) 2013.08.13
철강사랑마라톤대회  (0) 2013.05.17
구내식당  (0) 2013.05.14
쇼핑몰 창업 후 사업실패담  (0) 2013.04.17
성공한 사람들의 실패담  (0) 2013.04.17
실패한 인생 낙오자가 되고 싶다면...  (0) 2013.04.17
'보이는 것 이상'  (0) 2013.04.17
내 나이 20대 중반.... 인생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2) 2013.04.17
인생실패 10가지  (0) 2013.04.17
Posted by KJKNOCK
,